어린이날 : 진짜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은 무엇일까요?

 

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또 한 번의 선물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작년에는 큰아이에게 레고를, 작은아이에게는 과학 실험 세트를 선물했는데, 한 달 정도 열심히 가지고 놀더니 지금은 옷장 한구석에서 잠들어 있네요. 매년 반복되는 이 상황, 여러분도 공감하시나요? 올해는 정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리고 내 지갑도 덜 아픈 선물을 찾고 싶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2025년 어린이날 선물 트렌드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날 선물

 

트렌드를 좇다 보면 정작 내 아이가 보이지 않아요

 

 

요즘 어린이날 선물 트렌드를 보면 닌텐도 스위치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상상도 못 했던 가격의 선물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기본이 되어버린 현실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어요.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과연 이런 비싼 선물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 사이에서 갈등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3년 전, 큰아이의 생일에 무리해서 태블릿을 사줬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그렇게 좋아하더니 결국 게임 기계로 전락했고, 아이의 눈은 나빠지고 공부는 뒷전이 되었죠. 그때 느꼈어요. 진짜 중요한 건 남들이 좋다는 물건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는 것을.

 

요즘 트렌드를 보면 레고와 같은 블록 조립 완구,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 같은 야외 활동 용품, 키즈 스마트워치, AI 코딩 로봇 등이 인기 있다고 하는데요.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이 선물들, 정말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번듯한 포장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소비 욕구일 뿐일까요?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선물의 의미

 

 

어느 날 저녁, 작은아이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엄마, 올해 어린이날에는 무엇을 선물 받고 싶냐고 물어보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에 문득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저는 트렌드라는 이름의 큰 가림막 뒤에 숨어 정작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함께 '우리만의 어린이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놀랍게도 큰아이는 비싼 게임기보다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고 싶다고 했어요. 텐트를 치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원했죠. 작은아이는 직접 가꿀 수 있는 작은 정원을 갖고 싶다고 했고요. 비싸고 화려한 선물보다 아이들은 경험과 추억, 그리고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정말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나요? "올해 어린이날에는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요. 혹시 우리가 너무 어른의 시각으로만 '좋은 선물'을 정의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연령별로 다른 아이들의 마음 읽기

 

 

사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선호하는, 그리고 정말 필요한 선물은 달라집니다. 우리 집 막내가 세 살 때는 소리 나는 책과 부드러운 인형에 환호했지만, 여섯 살이 되자 역할놀이 세트에 더 흥미를 보였어요. 지금 열 살인 큰아이는 자신만의 취미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영유아기(0-3세)의 아이들은 온 세상이 탐험의 대상이에요. 이 시기에는 감각을 자극하는 장난감이 좋죠. 하지만 너무 요란하고 자극적인 장난감보다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단순한 디자인의 완구가 더 도움이 됩니다. 우리 막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냄비와 뚜껑으로 소리를 내며 놀던 시간이었으니까요.

 

유치원생(4-6세)이 되면 상상 놀이의 세계가 열립니다. 이 나이대 아이들에게는 정답이 없는 놀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요? 레고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장난감이 인기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하지만 꼭 비싼 세트가 아니어도 됩니다. 우리 집 작은아이는 빈 상자들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매일 밤 별나라 여행을 떠났으니까요.

 

초등학생이 되면 또래 관계와 자신만의 흥미를 발견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아이의 관심사를 잘 관찰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줄 수 있는 선물이 의미 있어요. 단, 여기서 중요한 건 부모의 바람이 아닌 아이의 진짜 관심사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배우길 원하는 건 부모님인데 정작 아이는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무리하게 피아노 교재를 선물하는 건 아이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중학생 즈음이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이 시기에는 단순한 물건보다 자율성과 책임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으로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관리해보게 한다든지, 가족 여행의 일부를 계획해보게 하는 경험이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가 아닌 의미를 선물하는 어린이날

 

 

지난해 추석,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 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이들이 할머니 집 다락방에서 낡은 보물상자를 발견했어요. 그 안에는 제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오래된 딱지와 구슬, 그리고 손때 묻은 그림책들이 있었죠. 놀랍게도 아이들은 최신 게임보다 그 오래된 장난감들에 더 흥미를 보였어요. 직접 만져보고, 냄새 맡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비싼 선물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경험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요. 할머니는 그 낡은 딱지 하나하나에 얽힌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아이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비싼 선물도 대체할 수 없는 순간이었죠.

 

물론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AI 코딩 로봇이나 교육용 태블릿이 아이의 미래 역량을 키워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함께'라는 가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좋은 교육 완구도 부모와 함께 탐구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없다면 그저 차가운 기계에 불과할 테니까요.

 

어쩌면 2025년 어린이날,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물건이 아니라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고,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 그 소중한 시간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느끼게 될 테니까요.

 

여러분은 올해 어린이날, 무엇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혹시 트렌드에 휩쓸려 정작 내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어쩌면 가장 따뜻한 선물은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우리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아이와 눈을 맞추고 물어보세요. "네가 정말 원하는 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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