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정보

금값 상승과 골드바 품귀 현상: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이 가져온 변화

by firmgod 2025. 10. 3.

2025년 2월 들어 국제 금 시세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골드바 매장에 긴 대기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조폐공사를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들이 재고 부족으로 판매를 전면 중단하거나 물량을 제한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실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금 ETF와 선물 등 금융상품이 골드바를 대체할 현실적인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 지금 금값이 폭등하고 있는가

2025년 2월 10일 현재 국제 금 시세는 트로이온스당 2,908.17달러를 기록하며 올해만 벌써 일곱 차례나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국내에서는 순금 1돈(3.75g) 가격이 60만 원을 돌파했으며, 세공비와 세금을 더하면 실제 구매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납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예고된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글로벌 무역 체계에 강한 충격파를 보내고 있습니다. 관세 강화와 무역 갈등 심화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 구성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금 매입량을 대폭 늘려왔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며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하면서 국제 금 수요는 구조적 증가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물가 상승 우려 또한 금값 급등을 촉발하는 핵심 동인입니다. 각국이 재정을 대규모로 풀고 통화량을 늘리면서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습니다.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 오랫동안 인정받아온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입니다. 여기에 중동과 동유럽의 지정학적 긴장, 대만 문제 등 글로벌 안보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가치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주식·채권 시장의 높은 변동성 앞에서 포트폴리오 방어 수단으로 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골드바 품귀 현상, 어디서 살 수 있나

2025년 2월 국내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242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뛴 수치입니다. 2월 5일 하루에만 38억 원, 이틀 뒤인 7일에는 53억 원어치가 팔리는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렸습니다. 2024년 한 해를 통틀어 보면 변화는 더욱 극명합니다. 골드바 판매량은 644kg에서 1,243kg으로 92.9% 늘었고, 판매액은 515억 원에서 1,377억 원으로 167.4%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조폐공사는 2월 11일부터 골드바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한국금거래소 역시 10g, 100g 소형 제품 공급을 멈추고 대형 제품만 한정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판매를 아예 중단했고, 신한은행은 공급을 유지하지만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난 상황입니다. 하나은행은 2월 17일부터 판매 중단 예정이며, 우리은행은 대형 골드바만 제한 판매 중입니다.

 

이러한 공급 차질은 금 원자재 수급 불안정과 급증한 수요에 대응할 생산 역량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국제 시장에서 원자재 확보가 어려워진 데다 국내 정제·가공 시설의 생산 한계까지 겹쳐 품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입처 다변화나 국내 공급망 확충 역시 단기간에 해소하기 힘든 구조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골드바 구매를 포기하고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거나,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설 거래처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골드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들

실물 골드바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은 금 가격 연동 금융상품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대안은 금 ETF로, SPDR Gold Shares(GLD) 같은 상품은 실제 금 보유량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며 주식처럼 증권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됩니다. 국내에도 KODEX 골드선물, TIGER 골드선물 등 여러 금 ETF가 상장되어 있어 증권계좌만 있으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ETF는 실물 보관에 따르는 비용과 번거로움 없이 금 시세 변동에 따른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금 선물 계약은 미래 특정 시점의 금 가격을 미리 정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입니다. 선물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적은 자본으로도 큰 규모의 거래가 가능하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커지므로 전문 지식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필요합니다. 금 채굴·정제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금 관련 주식도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여러 금 자산을 묶어 운용하는 금 펀드 역시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금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이 크게 요동칠 때 금은 방어적 속성을 드러내며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낮춰줍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때 화폐 가치는 하락하지만 금 가격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구매력 보존 수단으로도 효과적입니다. 주식·채권과의 낮은 상관관계 덕분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도 유의미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금은 배당이나 이자를 주지 않아 보유만으로는 현금 수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정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로지 가격 상승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다른 자산 대비 수익률이 낮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폭이 클 수 있으며, 실물 금 보유 시 보험료와 보관료 같은 추가 비용이 듭니다. 따라서 금 투자는 전체 자산의 일부로 분산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본인의 투자 목표와 리스크 감내 수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금값 상승과 골드바 품귀 현상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실물 금 공급이 막힌 지금, 금 ETF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은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금 투자에 나서기 전에는 각 상품의 특징과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고, 본인의 재무 여건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