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여행 셋째 날, 저는 같은 식당 앞에 또 서 있었습니다. 아침에 먹고 너무 맛있어서 저녁에 또 왔는데, 옆 테이블 한국인 가족도 "어제도 왔었는데..."라며 웃더군요. 벱헨이라는 이 작은 현지 식당이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요? 6박 7일 다낭 일정에서 세 번을 방문했던 제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그냥 쌀국수가 아니라는 걸 한입에 알았습니다
처음 주문한 건 여느 포(Pho) 쌀국수인 줄 알았어요. 근데 면이 나오는 순간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쫄깃한데 부드럽고, 끊어지지 않으면서도 목넘김이 편한 그 식감. 나중에 알고 보니 쌀가루에 밀가루를 섞어 만든 면이더라고요.
여기서 진짜 반전은 총알오징어였습니다. 베트남에서 오징어 먹으면 질기거나 비린내 날 거라는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쫄깃한 식감에, 옆에 나오는 초록색 해산물 소스를 찍으면... 이게 바로 현지인들이 평생 먹는 그 맛이구나 싶었습니다.
국물은 또 어떻고요. 해산물 베이스인데 전혀 비리지 않고 시원하게 속을 달래줍니다. 고기 완자는 육즙이 터지면서 국물에 감칠맛을 더하고, 쑥갓이랑 각종 허브가 향을 잡아주니까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게 되더라고요.
가격도 충격이었는데, 한 그릇에 50,000동 정도면 우리 돈으로 2,500원 안팎이에요. 서울에서 김밥 한 줄 값으로 이런 퀄리티를 먹는다니, 믿기세요?
사이드 메뉴가 진짜 본심을 드러낼 때
오징어 쌀국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는데, 옆 테이블에서 뭔가 맛있어 보이는 걸 먹길래 저도 주문했습니다. 돼지고기볶음이었는데, 한국 장조림을 베트남식으로 재해석한 맛이랄까요? 달콤짭조름하면서도 향신료가 살짝 들어가서 밥 한 공기가 금방 사라졌어요.
가지볶음은 제가 원래 가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계속 젓가락이 갔습니다. 부드럽게 익은 가지에 매콤달콤한 소스가 배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이었죠.
그리고 모닝글로리 볶음. 이건 현지 직장인들이 거의 필수로 시키는 메뉴더라고요. 마늘 향이 진하게 나면서도 채소가 아삭해서, 기름진 음식 사이에서 입가심용으로 딱이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한 건 베트남식 부침개예요. 부추랑 양파가 듬뿍 들어간 이 음식은 한국 부침개를 기대하고 먹으면 안 되고, 훨씬 더 담백하고 가벼운 맛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먹기도 부담 없더라고요. 이렇게 사이드 3~4개 시키고 국수 2인분 먹어도 1만 원이 안 나와요. 그러니까 여행 중에 부담 없이 매일 와도 되는 거죠.
주문할 때 당황하지 않는 법
저도 첫 방문 때 메뉴판 보고 멘붕 왔습니다. 전부 베트남어로만 써있고, 사진도 몇 개 없어요. 그래서 제가 쓴 방법은 이렇습니다.
오징어 쌀국수는 **"Hu Tieu Muc"**이라고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두고 보여주세요. 발음이 어려우면 그냥 화면을 보여주면 됩니다. 직원분들도 외국인 손님 많이 받아서 이해 빠르더라고요.
사이드 메뉴는 다른 테이블 가리키면서 "Same same"하거나, 아예 주방 쪽 진열된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됩니다. 창피한 거 아니에요. 실제로 현지인들도 그렇게 주문하는 거 봤어요.
점심시간이랑 저녁시간은 진짜 사람 많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11시~13시, 18시~20시는 피하는 게 좋아요. 저는 두 번째 방문 때 11시 30분에 갔다가 20분 대기했거든요. 10시 30분이나 14시쯤 가면 한산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분위기는 현지 식당 그 자체
벱헨은 관광객용으로 꾸며놓은 식당이 아닙니다. 리뉴얼은 했지만 여전히 로컬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에요. 테이블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곳곳에 화분이 놓여 있어서 생각보다 쾌적합니다. 실내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밖에는 작은 테라스 공간도 있어요. 날씨 좋으면 밖에서 먹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베트남 바람 쐬면서 먹으면 또 다른 맛이거든요.
제가 진짜 좋았던 건 분위기였어요. 옆 테이블에는 유니폼 입은 직장인들이 점심 먹으러 왔고, 다른 테이블에는 할머니가 손자랑 와서 밥 먹이고 있고. 이런 게 진짜 여행 아닐까요? 관광지 식당에서 비싼 돈 내고 먹는 것보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그들이 매일 먹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경험 말이에요. 세 번째 방문했을 때는 주인 아주머니가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벱헨에 또 왔냐며 웃으시는데, 그게 참 좋았습니다.
(이 글은 2025년 1월 다낭 현지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가격과 메뉴는 현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는 걸 권장드려요.) 정말 세 번 가도 질리지 않냐고요? 저는 다음 다낭 여행 때도 또 갈 겁니다. 아마 또 세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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